무능한 기사의 애가(哀歌)
- Amelia Cha
- Nov 21, 2025
- 3 min read

에우트 공작의 이야기를 오드에게 들은 이클리스는 걱정하는 동료들을 등진채, 자신의 체구보다 큰 제복을 입던 어느 소녀가 10년 전에 그랬듯 묵묵하게 단검을 들고 자신의 천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요한 물건들에는 피가 튀지 않게 비좁은 공간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따뜻한 빛이 천막 사이로 새어들어와 모든것을 숨막히는 주황색으로 물들였다. 그는 바닥에 수건을 겹겹이 올리고 그 위에 무릎 꿇어 앉았다. 땀 때문에 손에 꽉 붙어있던 장갑을 껍질 벗기듯 떼어내고, 건조한 땅바닥에 수건을 겹겹이 올려 자리를 만들었다. 신성한 의식을 치루듯 그 위에 무릎을 꿇은 그는, 굳은살이 가득 피어있는 손끝으로 곧 자신의 왼쪽 눈을 난도질할 단검을 어루만졌다. 제 손 위에 올려져있는 작은 쇳덩이의 차갑고 무거운 감촉에 감각을 집중시키면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생각에 잠겼다.
볼수록 특별한 점 하나 없는 단검이었다. 칼날은 딱히 무디지도, 날카롭지도 않았으며, 반복된 사용에 손잡이의 가죽이 여기저기 헤진, 그럭저럭 잘 관리되어있는 칼. 제 인생에 수천번은 보았던, 그리고 수백번은 자신에게 향했던, 그런 평범하디 평범한 도구였다.
하지만 익숙하더라도 어찌 고통이 달가울 수 있겠는가?
숙연하게 앉아있던 이클리스는 문득 떨리는 자신의 두 손을 빤히 쳐다보았다. 숨은 가빠져 짧은 마디마디로 내쉬어졌고, 어깨는 단검의 무게에 짓눌려 덜덜거렸으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땀이 안나는 곳이 없었다. 자신을 칼로 몇백번은 찔러야한다는 생각에 자연적으로 발한 신체적 현상이었다. 치가 떨릴 정도로 무서워서, 사무치도록 두려워서.
자신에게 다가올 고통이 겁나는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렸을때부터 남의 종마로, 남의 사냥개로만 길러졌음에도, 결국에는 나약한 사람이기에. 이십년 넘게 기사로 살아온 자신에게도 이리 공포스러운게 살갗에 찔려오는 검의 감촉이었는데. 이클리스는 용이 들려준 이야기 속 자신의 주군, 아직 성인도 채 안되었던 그 소녀를 부서져가는 기억 속에서 직시했다. 그녀는 어떻게 이 공포를 이겨냈을까, 감히 불온한 생각을 하는 자신을 체벌하듯, 손바닥에 피가 송글송글 맺힐때까지 단검을 꽉 쥐었다.
그 날의 세실은 그녀의 피투성이 손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으리라.
자신의 의무 따위를 거론하며 웃고 천막으로 들어가, 그녀가 그렇게 사랑하는 국가를 위하여 적막 속에서 혼자 외로이 피를 흘렸을거다. 초인적인 힘으로 복부의 상처가 몇초만에 아물면 찌르고, 찌르고, 또 다시 찌르며, 비명소리가 최대한 안 들리게 입에 천을 물고, 미칠듯한 고통에 머리가 하얘지고, 자신이 흘린 피 웅덩이 안에 바지와 신발이 젖어가도 그녀는 멈추지 않았을거다. 이클리스가 그리 사랑하던 그녀의 눈은 폭력적인 감각들에 질끈 감기면서도 다시금 파르르 떨리며 앞을 똑바로 쳐다보았을거다. 자신의 고통이 두번째 각성에 대한 자료가 진실임을 들어내는 증거인듯이, 확신에 찬 눈빛을 비추며.
단검이 살 속으로 더 깊이 파묻혀지는 감각이 이클리스를 회상에서 깨웠다. 서늘한 바람이 열려있는 살을 스치자 따가움에 울찔거리며 이를 갈고, 성대를 타고 올라오는 짧은 신음을 가슴 깊은 곳으로 꾹꾹 눌러담았다.
한심했다.
작은 단검 하나가 무서워 초라하게 떨리는 몸뚱아리도. 노을에 그림자가 지어 밤하늘로 변해가는 이 시간까지 끝마쳐야하는 일을 행하지 못한 자신의 나약함도. 감히 주군에게 동정심을, 당혹감을, 후회를 품은 이 미천한 마음도. 모두 다 하나같이 한심하고, 볼품없었다. A little excerpt from an anticipated scene in the second arc of Euryclade, which explores regret and love between Cecil and Eclis.
I think this was the first time I tried writing something longer than a poem in Korean. Korean is my mother tongue but as all other multilingual person may attest to, there are skills and parts of the Korean language that feels more difficult than others. One of those has been writing for a long time! I'm more confident in listening & speaking (kind of) in Korean and writing & reading in English. ESPECIALLY since Korean grammar rules are so complicated! My parents always tell me I have the handwriting of a second grader, so I'm glad I have a typed up version of this to share. The prose in this excerpt is MUCH less eloquent than my writings in English but bear with me... I'll improve writing in Korean too if I practice enough. Hopefu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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